- 핵무기의 핵심 재료: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
핵무기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우라늄-235(U-235)를 기반으로 하는 우라늄탄이고, 다른 하나는 플루토늄-239(Pu-239)를 기반으로 하는 플루토늄탄입니다. 두 물질 모두 핵분열성 물질(fissile material)로, 중성자와 충돌하여 핵분열을 일으키고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우라늄-235 (U-235): 자연에 존재하는 우라늄의 대부분은 핵분열성이 없는 우라늄-238(U-238)이며, U-235는 전체 우라늄의 약 0.72%에 불과합니다. 핵무기 제조를 위해서는 U-235의 농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플루토늄-239 (Pu-239): 플루토늄은 자연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으며, 원자로에서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흡수하여 핵변환 과정을 거쳐 생성됩니다. 이는 사용후핵연료에서 추출해야 합니다.
- 우라늄 농축: 핵무기의 첫걸음
핵무기에 사용되는 U-235는 자연 상태의 농도(약 0.72%)로는 핵분열 연쇄 반응을 지속시키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U-235의 농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우라늄 농축’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농축 수준: 핵폭탄 제조에 사용되는 우라늄은 보통 80% 이상의 U-235 농도를 가집니다. 이를 ‘고농축 우라늄(Highly Enriched Uranium, HEU)’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3~5% 농도의 U-235를 사용하며, 이를 ‘저농축 우라늄(Low Enriched Uranium, LEU)’이라고 합니다.
우라늄 육불화물(UF6) 변환: 고체 상태의 우라늄은 먼저 가스 형태인 우라늄 육불화물(UF6)로 변환됩니다. UF6는 실온에서 기체 상태이며, 우라늄 동위원소 분리에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심분리: 변환된 UF6 가스는 수천 개의 고속 회전하는 원심분리기에 주입됩니다. U-238은 U-235보다 질량이 약간 더 무겁기 때문에, 원심분리기의 고속 회전에 의해 바깥쪽으로 더 많이 밀려나가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U-235는 중심부에 더 많이 모이게 됩니다.
단계적 농축: 한 번의 원심분리만으로는 원하는 농도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과정을 여러 단계에 걸쳐 반복합니다. 농축된 UF6는 다음 단계의 원심분리기로 이동하고, 농축되지 않은 UF6는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 다시 처리됩니다. 이처럼 수많은 원심분리기를 직렬로 연결한 ‘캐스케이드(cascade)’ 시스템을 구축하여 점진적으로 U-235의 농도를 높여나갑니다.
3. 플루토늄 추출 및 활용: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플루토늄탄은 우라늄탄과는 다른 제조 과정을 거칩니다. 플루토늄은 자연에서 희귀하기 때문에 원자로에서 생성된 후 추출해야 합니다.
플루토늄 생성: 원자로에서 우라늄-238은 중성자를 흡수하여 우라늄-239가 되고, 이는 베타 붕괴를 통해 넵투늄-239를 거쳐 최종적으로 플루토늄-239로 변환됩니다. 이 플루토늄-239는 핵분열성 물질로, 핵무기의 핵심 재료가 됩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원자로에서 핵분열 반응을 거친 사용후핵연료에는 상당량의 플루토늄과 미반응 우라늄, 그리고 다양한 핵분열 생성물들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이들로부터 플루토늄만을 분리해내는 과정을 ‘재처리(Reprocessing)’라고 합니다.
피복재 제거 및 절단: 사용후핵연료 다발을 감싸고 있는 금속 피복재를 제거하고 연료봉을 짧게 절단합니다.
질산 용해: 절단된 핵연료 조각들을 뜨거운 질산에 넣어 우라늄, 플루토늄, 핵분열 생성물들을 모두 용해시킵니다.
화학적 분리: 용액 상태의 혼합물에서 플루토늄만을 선택적으로 분리하기 위해 복잡한 화학적 분리 공정을 거칩니다.
무기급 플루토늄: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은 ‘무기급 플루토늄(Weapons-grade Plutonium)’이라 불리며, 93% 이상의 Pu-239 함량을 가집니다.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플루토늄은 핵분열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Pu-240, Pu-241 등 다른 플루토늄 동위원소들이 함께 생성됩니다.
- 핵무기 제조의 마지막 단계: 임계 질량 확보와 폭축
우라늄 농축이 완료되거나 플루토늄이 추출되면, 이들 핵분열성 물질을 이용하여 핵무기를 제조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핵무기 작동의 핵심 원리는 ‘임계 질량(Critical Mass)’을 확보하고 이를 폭발적으로 반응시키는 것입니다. 임계 질량은 핵분열 연쇄 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핵분열성 물질의 양을 의미합니다.
우라늄탄 (총신형): 가장 단순한 형태의 핵무기입니다. 이 방식은 두 개의 아임계 질량(sub-critical mass)의 U-235 덩어리를 고폭약의 힘으로 빠르게 충돌시켜 임계 질량을 초과하게 만듭니다. ‘리틀 보이’로 알려진 히로시마 원폭이 이 방식이었습니다.
플루토늄탄 (내폭형/폭축형): 플루토늄은 자발 핵분열률이 높고 반응성이 강해 총신형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폭발을 유도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플루토늄탄은 ‘내폭형(Implosion-type)’ 방식을 사용합니다.
플루토늄 구체: Pu-239를 구형으로 가공하고 그 중심에 중성자 발생원(neutron initiator)을 위치시킵니다. 이 구체는 아임계 상태입니다.
고폭약 배열: 플루토늄 구체 바깥을 여러 겹의 고폭약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 고폭약들은 정밀하게 설계된 렌즈(explosive lens) 형태로, 동시에 점화될 때 폭발 에너지가 중심을 향해 균일하게 집중되도록 합니다.
5. 핵무기 제조의 현실과 국제 사회의 노력
현재 국제 사회는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 협약과 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각국의 핵시설을 사찰하고 핵물질의 이동을 감시하며, 핵물질이 핵무기 제조에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핵무기는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에, 그 제조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핵확산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