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원인과 국제관계에 대한 쿠키디데스의 분석
(긍정적 인간성과 평화의 지향에서 보이는 현대적 의미)
최자영 교수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그의 저서 ‘역사’ 서문에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기록한 동기에 대해 ‘이 전쟁이 다른 어떤 전쟁보다 괄목할 만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밝힌다.
스파르타의 경우, 400년동안 축적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아테네도 페르시아 전쟁 이후, 세력이 강해져 스파르타의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투키디데스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숨은 전쟁의 원인으로서 아테네 세력이 성장하는데 대해 스파르타가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1970년대에 이러한 현실주의에 대한 비판 이론이 나타났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원인을 현실주의적으로 해석하는데 반대한 존슨 백비(Johnson Bagby)는 투키디데스에 묘사되는 스파르타의 입장은 이런 구조 요인적 시각에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과 결정이 게재된 점을 중시한다.
아테네가 성벽을 건조한 후에도 스파르타는 아테네와 공동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폴리스간 무정부적 힘의 경쟁 및 균형이라는 현실주의적 시각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존슨 백비에 따르면, 투키디데스는 현실주의와 같은 일정한 구조적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대내외적으로 예측 및 통제 불가능한 요소의 존재를 통해 독자들이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말한다. 투키디데스는 인간성이 두가지 상반된 성질, 즉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고 또 그 사이에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투키디데스 자신은 무력이 행사되는 불가피한 범위를 침략에 저항하는 방어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페리클레스의 연설문에는 지도자의 4가지 덕, 즉 올바른 정책추구, 설득력, 애국심, 돈에 대한 무관심 등이 언급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페리클레스는 이런 덕을 골고루 갖췄으나 유능했던 테미스토클레스와 알키비아데스는 애국심 등에서 결여된 바가 있다고 한다.
테미스토클레스는 페르시아에 의탁했고, 알키비아데스도 스파르타로 망명했다가 페르시아 총독에게 의탁했다. 포드(S. Forde)는 유능했던 테미스토클레스와 알키비아데스가 조국을 등진 것에 대해 아테네인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필자는 신실한 정치가였던 페리클레스가 조국을 등지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점이 다른 정치가들과 다르다고 말하기 보다 오히려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 한다. 그것은 아테네가 델로스 동맹의 맹주가 된 이후의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한 것으로 페리클레스도 다소간에 힘에 근거한 아테네의 패권을 추구한 점에서는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제국주의 세력내에서 제국주의 정책의 이익을 골고루 분배하도록 하지는 못하지만 일반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제국주의를 종식시키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아테네 제국주의의 수혜자는 하층 민중, 그리고 클레온과 같이 산업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삶들이었고 그 반대편에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을 가진 지주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제국주의가 연관이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투키디데스에서 알키비아데스가 한 말은 아테네의 끝없는 제국주의 정책 추구의 경향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가 다른 이들을 지배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이 남의 지배를 받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쉼 없이 싸우는 나라는 새로 경험이 늘고 또 말만 아니라 실제 방어하는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
투키디데스에 있어서 스파르타의 신중함은 그런 점에서 이상향에 좀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난다. 그는 전쟁 상태가 되면 부정적인 폭력의 본성이 더 가중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 보건대 투키디데스의 역사 서술의 목적은 단순히 인간의 본성을 내보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맹목적 욕망에 의한 전쟁이 부정적 인간의 본성을 더부채질하게 되는 현상을 고발하고자 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사가들은 투키디데스가 과학적인 역사서술을 한 것인가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의를 거듭해 왔다. 여기에 한가지 걸림돌은 투키디데스의 아겨사에 적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뜻밖의 ‘우연'(tyche)의 요소이다. 20세기 초반의 통포드는 투키디데스를 신화와 비극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또 키토는 극도의 엄격성과 비극시인같은 요소가 묘하게 결합된 것으로 평가했다.
필자는 투키디데스가 우연을 논할 때는 모든 인간의 행위 혹은 사건에 우연이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말하려 했다기보다는 필수적인 방어가 아니라 과도한 욕심으로 일을 도모할 때는 처음 계산한 바와는 다른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음을 경계한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투키디데스가 인간성이 갖는 대조적인 두가지 측면, 즉 한편에 힘의 지배, 다른 편에 도덕성이나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요소를 언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역사기록의 진실한 목적은 또 다른 점에 있다는 점을 제시하려 한다. 투키디데스는 욕망과 힘의 지배에서 발생하는 전쟁을 지양하면 긍정적 인간성이 조장된다는 점을 교훈으로 남기려 했던 것이다.
전쟁은 공격을 받는 경우에 부득이한 방어전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방어전쟁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설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현명한 중용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Stone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