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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사회의 국제규범’

아르뜨 샤스트라에 나타난 국제규범으로서의 다르마(Dharma)
고홍근 교수 

국제규범의 의미는 국가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한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규범이란 말을 힌디어로 바꾸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다르마이다.

힌두문명권의 국제규범에 대한 연구는 고대사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그 자료가 무척 부족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르뜨 샤스뜨라는 매우 귀중한 가치를 갖는다.

다르마란 무엇인가?
다르마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기위해서는 힌두교의 리따(Rita)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리그 베다는 이 우주를 정의롭게 하고 조화를 이루게 하는 힘을 리따(Rita)로 표현한다. 리따는 다르마 사상의 모체가 되었던 것이다. 현재와 같은 다르마의 개념이 등장한 것은 기원전 8~5세기경으로 추정된다. 다르마는 우주적 질서와 하나가 되기위해 인간이 지켜야 하는 의무로 나타난다.

다르마가 철학적 또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끄리슈나(Krishna)이다. 인도 고대자료에는 ‘나는 브라마이고 시바이고 비슈뉴이며 사물의 원천이자 파괴자이고 창조자이며 모든 존재의 섬멸자이다. 모든 인간이 정의롭지 못하게 살 때 나는 정의의 성채를 쌓을 것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 끄리슈나가 가진 다르마에 대한 관점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은 ‘바가바드 기따’이다. 그 기록에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 어린 왕자 아르주나가 끄리슈나 신에게 자신을 전쟁으로 대치하고 있는 두 군대 사이로 데려가라고 한다.  어린왕자가 두군대 사이에 섰을 때 전쟁을 시작하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 낫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끄리슈나는 ‘피할 수 없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아라 법의 수호가 의무인 귀족으로서 이 정당한 전쟁을 거부하면 너는 덕과 명예 모두를 잃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의무의 행동에만 관심을 두라.  결과에 대한 모든 욕망과 두려움을 버리고 너의 의무를 수행하라’고 덧붙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개인의 의무가 윤리를 우선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비폭력이 선한 인간의 자질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의무에 우선하지 못하는 것이고 의무에 폭력은 용인될 뿐만 아니라 합법화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원칙으로서의 다르마는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1. 다르마의 도덕적 성격이다.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위한 개인의 의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2. 신에 대한 공경으로서의 다르마.
3. 신의 심판으로서의 다르마.
4. 법률적 개념으로서의 다르마. 이 개념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고 일반적인 해석으로 볼 수 있다.
5. 국제법으로서의 다르마.
6. 사회적 의무로서의 다르마 등의 형태가 있다.

힌두교 세계관에 따르면 현세에서 개인의 카스트는 전생의 까르마에 의해 결정된 것이고 보다 나은 내세를 위해서는 현세의 카스트에 부과된 다르마를 잘 지켜야 하는 것으로 나온다. 다르마라는 개념은 원래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철학적인 것이었는데 사회가 진화함에 따라 사회를 통제하는 규율로서 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다르마는 카스트 제도의 이론적 배경 구실도 하게 되었고 까르마와 결합하여 인간의 행위에서의 선과 악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 다르마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다르마를 목적가치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방법가치로 보는 편이 방법론상 용이한 점이 많다.

다르마의 개념이 성립된 8~4세기 인도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400년동안 인도는 전란의 시대였다. 기원전 7세기 경부터 시작된 전란은 일시적으로 코살라, 마가다와 같은 패권국가가 등장한 일이 있었지만 약 2000개에 달하는 도시국가 또는 국가들이 흥망을 거듭하고 있었다. 불교의 창시자인 마하비라와 싯다르타가 무사계급인 끄샤뜨리야 출신이라는 점도 이 당시의 국제정치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주고 있다.

아르뜨 샤스뜨라는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쓴 책이다.
첫째로 이 책은 왕이 어떻게 자신의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가를 보여준다.
둘째로 세계를 어떻게 정복하는 가를 보여준다.
외교정책을 포함한 전쟁을 통해 다른 국가의 영토를, 궁극적으로는 인도를 통일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도 통일에 대한 부분이 전체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아르뜨 샤스뜨라의 저자로 알려진 까우띨리야는 국제관계에 대한 논의에서 그 자신보다 앞선 시대에 살았던 학자들의 이론을 자주 비판하고 있다.

까우띨리야의 선배학자들은 맹세와 서약은 신뢰할 수 없고 보증인과 인질만이 유일한 보장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까우띨리야는 맹세와 서약은 현세뿐만 아니라 내세에도 그 보장이 된다고 주장했다.
즉 현세의 다르마가 내세의 까르마를 결정짓는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약속을 지키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복자의 유형에 대하여 까우띨리야가 가장 바람직한 정복자의 유형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아르뜨 샤스뜨라의 전체 논조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있다.
핟지만 악마적인 정복자를 가장 선호했다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까우띨리야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세계는 힌두교적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였다.
전체적으로 까우띨리야는 외교사절에게 정상적인 외교의 임무뿐만 아니라 정보의 수집, 선동, 파괴 공작 등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대 외교괸들이 하는 업무와 별 차이가 없는 역할을 제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까우띨리야는 한편으로는 불살생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독살이나 암살을 권장하고 있다.
때로는 모순되고 때로는 애매한 까우띨리야의 태도가 혼동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무작정 비판하기에 앞서 그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까우띨리야는 옳은 목표를 위해서는 나쁜 방법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였고 고귀한 원칙에 얽매이는 것 보다는 상황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는 순발력을 더 중시하였다.

하지만 공자의 인의 가르침이나 예수의 사랑에 대한 가르침이 그러하듯, 다르마가 사회 전체의 구성원이 절대적으로 또 예외없이 준수하는 기준이 아니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즉 역사적으로 다르마는 국제관계의 이상적인 기준으로 존재해 왔었지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으로 절대적인 역할은 하지 못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Ston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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